[Case Study] 필립스 양압기 리콜 사례
한국 양압기 시장은 2018년 7월부터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시장입니다.
기존에 양압기 가격 만 약 200만원 정도 하고, 별도의 소모품 비용도 들어가던 제품을 수면무호흡증 진단 후 [처방 임대]를 받을 경우 2022년기준 본인 부담금 약 1만9천원에 양압기는 물론 필터와 마스크와 같은 소모품들 까지 모두 건강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 시장의 주요 Player는 필립스(Phillips)와 레즈메드(ResMed) 입니다.
그런데 2021년 4월 26일, 필립스는 당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수면 및 호흡기 케어 사업부 일부 제품에 적용된 부품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공시한 후, 잠재적 위해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같은 해 6월 14일 글로벌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7월 미국 FDA는 필립스에 1등급 리콜 명령을 내렸는데, 이는 기기의 유해성으로 인해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되거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심각한 수준의 리콜 명령이었습니다.

사실 2021년 4월 필립스가 양압기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이전 부터, 정확히는 2016년부터 필립스는 거품 분해 문제 또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 배출에 대한 우려를 인식해 최소 14건의 테스트를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테스트 이후 설계를 변경하지 않았으며, 시정 조치 역시 취하지 않은 것입니다.
미국 FDA 조사에 따르면 필립스는 거품이 분해되어 제품의 호흡관으로 들어간다는 초기 흡음제의 잠재적 위해 가능성* 신호를 무시했다고 합니다.
(*흡음재의 잠재적 위해 가능성: 폴리우레탄 분해 입자 또는 관련 화학 물질의 인체 흡입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FDA는 Form 483에서 "폴리에스터 폴리우레탄 폼 함유 제품에 대한 회사의 근거를 뒷받침하는 문서화된 조사 결과, 위험 분석 또는 설계 실패 모드 효과 분석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 FDA Form 483: 조사관이 해당 기업의 Food Drug and Cosmetic (FD&C) 법과 관련 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낼 경우 해당 기업 최고 경영진들에게 수정안과 신속한 대응책을 서면으로 요구하는 제도입니다.)
의외로 필립스와 같이 잘 정비된 SOP를 가진 거대기업들에서 이런 치명적인 실수들이 나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기업의 품질경영과 위험관리프로세스에 대한 유지 관리 이슈라고 봅니다. ISO14971 위험관리프로세스에서는 위험을 평가하고, 통제하고 잔여 위험을 다시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여전히 잔여위험이 남아있는지 까지 확인한 후 생산 이후에도 지속적인 위험 관리 활동을 할 것을 주문합니다. 필립스가 인지된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했다면 어떠했을까요? 그래서 [위험관리프로세스]에 대한 의지는 최고경영자가 제시하고, 지시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여기서 또다른 문제가 등장하는데 바로 COVID-19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입니다.
필립스는 CEO가 나서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성명을 내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인해 반도체 수급난과 코로나 사태 등으로 리콜이 늦어지고 있어 2023년까지 교체 작업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습니다만, 환자 입장에서는 리콜 이후 1년 넘게 제품을 주지 않으면서 환불 조차 되지 않으니 불만이 쌓여 갈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해당 리콜 물량이 전 세계적으로 5,500만대에 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약속한 기한 내에 리콜 사태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불안전한 상황입니다. 아마 공급망이 정상 작동되는 시기였다면, 필립스는 이번 리콜 문제를 잘 해결해냈을 것입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준비안된 상황에서 오기 마련인 듯 합니다.
이 리콜 사태의 여파로...
필립스는 잇단 주가 하락을 겪으며 현재 회사 가치가 300억 달러(한화 39조원) 가량 하락했으며,
필립스의 프란스 반 하우턴 최고경영자(CEO)가 2022년 10월 15일 커넥티드케어 사업 책임자인 롭 제이콥스에 CEO직을 물려주고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반면, 이 사건을 기회로 경쟁자인 ResMed의 주가는 상승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필립스는 2025년까지 시장을 다시 탈환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체내로 공기를 흡입을 하는 민감한 양압기의 특징과 보험 급여 처방 임대 기기의 특성 상 한번 빼앗긴 시장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보입니다.
필립스가 시장을 어떻게 되찾아갈지 계속 모니터링해 보겠습니다.

Reference:
Update: Certain Philips Respironics Ventilators, BiPAP Machines, and CPAP Machines Recalled Due to Potential Health Risks: FDA Safety Communication | FDA
필립스 양압기 및 인공호흡기 일부 제품 흡음재 관련 자발적 리콜 안내| Philips Healthcare
[단독] '리콜 사태' 필립스, 양압기 결함 알고도 수년째 방치 (theguru.co.kr)
필립스 양압기 리콜 지연에 사용자 불만 가중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130년 역사의 필립스, 의료기기 대량 리콜 사태로 CEO 사퇴 - 조선비즈 (chosun.com)
Phillips’ recall leads to sharply higher prices for ResMed products (NYSE:RMD) | Seeking Alp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