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박인터뷰=제주의대 의료관리학교실 박형근 교수]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건강보험을 민영화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전날 현 정권 내에는 건강보험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기로 당·청이 합의했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러나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발표내용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제주특별자치도 의료분야 3단계 제도개선안이나 복지부가 내놓은 의료법 개정안을 보면, 의료민영화의 초석을 놓는 ‘개악’ 안이 무더기로 숨겨져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의료민영화와 건강보험 민영화를 등치시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19일 열린 ‘광우병과 의료민영화 반대’ 촛불집회에서 만난 제주의대 박형근 교수도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못박지도 않았지만, 설령 그렇게 얘기했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교수가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의 실체를 들어봤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의료민영화는 없다고 발표했는데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건강보험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의료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로 확대 해석한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믿을 수 없다.
-이유는 뭔가 =이명박 정부는 이미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의료분야 3단계 제도개선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그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의료법 개정안 중 외국인 환자에 대한 유인·알선을 허용한다는 개정안을 보라. 만약 민간보험사가 유인·알선 행위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나중에는 이들 업체가 직접 병원과 의료가격 계약을 맺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순간 외국인환자에 국한되지 않고 내국인 환자에 대한 유인·알선이 가능하게 될 수 있는데, 이 것이 의료민영화가 아니고 뭔가.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개정안도 핵심은 MSO(병원지원경영회사) 설립허용에 맞춰져 있다. 이 말은 비영리 의료기관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MSO는 나중에 주식상장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집적된 자본을 기반으로 병원 사냥(M&A)에 나서 인수한 병원들을 네트워크화 할 개연성이 높다. MSO에 의해 병원의 이윤추구 행위가 현재보다 더욱 극심해질 게 뻔하다.
-제주특별자치도 제도개선안은 어떤 부분이 문젠가 =다른 것은 차치하고, 내국인 영리병원 설립허용 부분이 핵심이다. 제주도에 국내 영리병원이 설립된다는 것은 경쟁관계에 있는 경제자유구역에 같은 제도가 손쉽게 도입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영리법인을 전국화 하는 빌미가 될 것이다.
문제는 영리병원은 주식회사형 병원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주식회사의 특성상 규제를 강화하기가 어렵고, 영리병원은 추후에 당연지정제 참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될 게 뻔하다.
이런 영리병원과 민간보험 시장이 성장하면 상당수의 병원들이 당연지정제에서 이탈해 건강보험과 당연지정제로 묶인 기존 의료시스템에 대응하는 경쟁체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것이 의료민영화의 핵심임은 부연할 필요도 없다.
-정부의 말을 믿을 수는 없나 =정부가 먼저 제주특별자치도와 의료법과 관련한 개악안을 폐지해야 한다. 그러면 정부가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겠다. |